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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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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게시판에는 괜한 소모적 논쟁만 있을 것 같아, 글을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세월호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냥 가만히 기도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성도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제 페이스북에 올려서 반응이 좋았던 글 하나를 조금 각색하여 올립니다. 

논쟁을 위함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함이니 현 상황을 바라보는 데에 조금이라도 함께 도움이 되기를 원합니다.


1.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을 한 것이, 왜 정부는 직접 구조를 하지 않고 언딘이라는 업체를 통해서 구조 작업을 진행했느냐 였습니다.
지난 번 천안함 사건 때는 대부분의 구조 작업을 해군 SSU 가 담당했었는데, 이번에는 유독 민간 업체에 기대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지요.

2. 해답을 찾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천암함은 해군 소속 전투함이므로 일차적인 구조의 책임은 군 당국에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 여객선의 구조 책임은 당연히 군 당국이 아니라 해경에 있는 것이지요.

3. 실례로 천안함 사건 때도 천안함 구조 작업을 돕다가 회항 중에 침몰한 금양호의 경우, 민간 어선이기 때문에 군 작전이 아니라 해경에 의해 구조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뉴스에서 나왔다시피 이 구조 작업에는 언딘이 참여했고, 여기서도 ‘돈’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지요.

4. 그렇다면, 왜 해경은 군 당국과는 달리 직접 구조를 하지 않고, 민간 업체에 이 일을 맡길 수밖에 없었을까요?
답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구조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군에 협조 요청을 할 수는 있지만, 해군 인력만으로 구조가 진행되면 민간 구조를 담당하고 있는 해경의 역할이 무색해 져버리니까 뭔가라도 해야 하는데, 구조 잠수부들도 부족해, 장비도 부족해. 이러니 일단 민간용역을 통해서라도 해경은 작업을 진행 할 수 밖에 없지요.

5. 우리가 해상 재난에 대해 익숙하지 않으니 비유를 다르게 해 보지요.

우리 집에 불이 났습니다. 
당연히 119에 신고를 하고 소방서에서는 빨리 출동해서 불을 꺼야겠지요.
아, 그런데 어쩝니까? 소방서에 소방차가 없어요. 
소방차를 항시 유지하려면 돈이 워낙 많이 드니까, 예산 절감차원에서 소방차는 민간 업체에 위탁을 맡긴 겁니다. 그제서야 소방서는 위탁 업체와 계약을 하고 민간 소방차가 출동을 합니다.

현장에 가 보니, 동네 주민들이 먼저 와서 양동이 꺼내서 불을 끄고 있네요. 
민간 소방차 업체는 주민들의 힘으로 불이 꺼지면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주민들에게 소리 칩니다. ‘위험하니까 다들 물러 나세요. 불은 우리가 꺼야 합니다.’

6. 근데 불을 끄다 보니 안에 사람이 있네요? 주민들이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고 소리치는데, 민간 업체는 우리는 ‘불을 끄러 온 것이다’ 라고 추가 계약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주민들은 못 들어가게 막지요. 주민들이 사람을 구해 버리면 계약이 물 건너가니까요.

7. 이 때 소방서 측에서는 금전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서둘러서 현장을 지원하고 추가 계약이라도 해서 사람을 구해도 모자랄 판에, 소방서장이란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 일 똑바로 처리 못하면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강하게 물을 것이다’

소방관들은 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입을 닫아 버리고 일을 더이상 할 수가 없게 됩니다.

8. 결국 집은 집 대로 불타고 안에 있는 사람은 다 죽고, 사람들은 소방서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습니다.

자, 이것이 세월호 사건의 본질입니다.

9. 사회가 기본적인 안전과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민영화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몇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그것은 생명과 인간의 존엄에 관련된 영역이지요.
구난, 의료와 같은 영역이 민영화 되어 버리면 빠른 인명 구조나 생명 존엄의 정신은 돈의 논리에 묻혀 바로 희석되어 버립니다.

10. ‘세월호’ 사건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정확한 지점을 알려 주고 있으며,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단순한 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돈과 효율성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우리나라 경제와 정치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방향’이라고 생각 합니다.

11. 여기서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어떤 것일까를 한 번 더 고민해 봅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 하시며, 강도만난  자를 구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하셨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자를 위해 '기도'만 한 것이 아니라 그를 주막으로 데려가고 그가 돌아오기까지 주막에서 지켜주도록 값을 지불하는 등의 '시스템'을 만들고 돌아가지요.

12.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개인적 '구원'과 '양심' 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가져야 하고,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부조리한 영역이 변화되도록 행동해야 하는 책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에 빗대어 말하자면 누군가 강도를 만났으면, 그를 도와줄 뿐 아니라 파출소 가서 신고하고, 왜 강도가 그 지역에 출몰하게 되었는지, 순찰은 제대로 돌았는지 그 시스템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교회가 개인의 구원이라는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를 이루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제는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마포 화평 목장의 정창진 집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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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석 2014.05.08 11:05
    '소방서장과 소방서 시스템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니 그들을 비판하지 말고 침묵하고 회개합시다.'
    참 성경적인 것 같지만, 죽어가는 강도 만난 자를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강도 만난 자를 먼저 보살펴 주고 그에 편에 서서 도와 주는 일이 그리스도인들의 할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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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진 2014.05.08 11:14
    네...사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이상하게 성경의 문자적 해석을 통해 그 당연한 말을 희석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 부조리한 상황으로 인해 약자가 피해 받지 않도록 기도할 뿐 만 아니라,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 역시 교회의 책임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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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형진 2014.05.08 11:06
    전체적인 내용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사건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부조리한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겸손함과 온유함의 태도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교회는 진리를 따르는 곳입니다. 교회에서는 진리라는 기준에 따라 모든 교인들이 한곳으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그 진리라는 것의 기준이 없어집니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모든 사안에서 천차만별의 생각들을 쏟아내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옳아보여도 ‘진리’가 아닌 어떤 주제로 교회에서 단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면, 반드시 그에 반대되거나 또는 그와는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하는 그룹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교회에는 생각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교회라는 곳이 항상 그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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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진 2014.05.08 11:12
    네, 교회가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때 드러나는 문제점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행동을 함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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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광 2014.05.09 09:58
    집에 불난 비유-이해가 쏙쏙 되네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는 요즘 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