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선교> 에 대한 걱정으로 글을 올립니다.

by 장성일 posted Dec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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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대청진에 소속되어 있고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중동 문제가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오늘 새벽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올립니다. 오늘 2부 새벽 예배 시작 직전에 이 뉴스를 접하자 너무 걱정이 되어 예배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고, <레바논 선교팀>이 떠올랐습니다. 이달 말에 레바논으로 선교팀이 떠나기로 계획되어 있는데요, 중동 정세 변화와 관련하여 안전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라는 소명 물론 중요하지만, 선교 팀원 모두의 안전도 중요합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 동안 미국은 이스라엘을 핵심 동맹국으로 간주했고 지원해 왔지만, 예루살렘을 수도로 공식 인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슬람 교도들에게도 성지이자 특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예루살렘은 중요한 장소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 동안 미국은 예루살렘을 공식 수도로 인정하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아랍 세계의 반감을 우려하여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그리고 더 넓게는 ‘이스라엘-아랍 분쟁’의 역사는 무려 60년이 넘습니다. 이스라엘이 국가 건설을 주장한 1948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 이스라엘이 점유하고 있고, 이번에 트럼프가 수도로 인정한 예루살렘은 <1967년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빼앗은 지역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공식 인정 발언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하여 아랍 국가들에게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무력 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분쟁의 불꽃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중동 어느 지역도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안전하지 않았지만 ...

 

이런 상황에서 레바논 지역으로 선교를 떠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결정인지 의문입니다. 사실 레바논은 다른 중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그 동안 안전한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해외 안전 정보만 참고하더라도 레바논 거의 전 지역이 <여행자제> 지역에 해당하고, 상당수 지역이 <철수권고>와 <여행금지> 구역에 해당합니다. 그 동안 여행자 보험조차 들 수 없는 상태에서 선교를 다녀왔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이제라도 우리가 안전 문제에 더 신중해야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선교 활동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 외교부가 손을 쓰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레바논 여행 안전 정보 - 외교부 홈페이지>
 

Lebanon.jpg

http://www.0404.go.kr/dev/country_view.mofa?idx=&hash=%23LBN&chkvalue=no2&stext=&group_idx=6&alert_level=0

 

이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사안의 심각성과 관련하여,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에 재직중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중동 전문가에 속하는 인남식 교수님의 최근 글 중에서 일부를 소개합니다. 오늘 새벽 트럼프 발언 직후에 인 교수님이 페이스북에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인남식 교수님 글 발췌>

 

3.1. 미국이 전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예루살렘을 수도로 선언한 것 자체는 센세이셔널 했다. 그러나 그 자체가 큰 일이 아니라, 관건은 그 예루살렘이 동예루살렘까지 포함하는가 여부다. 만일 동예루살렘까지 포괄하는 예루살렘을 미국이 수도로 선언했다고 하면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이와 관련 최근 이스라엘은 소위 'United Jerusalem' 띄우기에 열심이었다. 즉 1967년 전쟁으로 요르단이 관할하던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 점령한 후, 기존 서예루살렘과 병합하여 하나의 예루살렘만 존재한다는 캠페인이었다.

 

다분히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선언을 예측했던 행보로 보인다. 오래 전에 정해진 예루살렘 미 대사관 건립 예정 부지는 서예루살렘의 탈피옷에 마련되어 있다. 어차피 거긴 원래부터 이스라엘 관할지역이었다. 따라서 서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이 오는 것만으로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동예루살렘 영유권을 주장하기 애매하다. 그간 자꾸 연합 예루살렘 여론을 주장하고 있었던 이유다.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재확인하는 순간 동과 서로 나뉘지 않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못박으려는 띄우기였다. 당장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교육부 장관이 CNN 인터뷰에서 예루살렘은 그냥 예루살렘이지 동서가 어딨느냐는 뉘앙스로 못을 박는다. 어차피 예루살렘 시는 하나라며...

 

6. 어찌 되었든 판을 바꾸는 연설이었다. 국제정치는 현상유지 (Status quo)를 지향하는 속성이 있다. 오늘 연설은 현상유지의 틀을 뒤흔든 셈이다. 일단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폭력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당장 하마스는 3차 인티파다에 나설 것임을 공언했었고, 헤즈볼라도 일을 저지를 기세다. 사우디나 UAE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도 당분간 미국과 함께 움직이기 부담스럽게 되었다. 궤멸 국면에 들어간 IS 전사들은 이제 전세계로 흩어져서 테러에 대한 열의를 새롭게 하기에 필요한 새 동력을 얻었다. 당장 터키가 소집을 요청한 57개 이슬람권 국가 OIC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가 관건이다. 요새 이슬람 경도가 심화되는 터키는 내심 이스라엘과 '단교'까지도 내지를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수년전 다보스 포럼에서 에르도안이 이스라엘 때리기에 나서서 지지도가 올라가는 재미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는 황당할거다. 트럼프와 굳건하게 손잡고 왕실 승계하고 내부 개혁 나선 후에 이란 배척하기로 맘먹고 있었을터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뒤통수 맞은 기분이지 않을까? 이번 조치에 대해 빈살만이 강경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우유부단 하게 되면 왕실내 역풍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봐도... 이란 목소리가 강해지겠지.

 

7. 진짜 고민은 요르단 압둘라 국왕이 하고 있을거다. 팔레스타인 이주민이 원래 요르단 출신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 자국민들 상당수가 이번 선언에 대해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더 분노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압둘라 국왕 입장에서도 미국 눈치 보고 있기엔 상당히 부담스럽게 되었다. 대미 의존도가 높고,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요르단도 경제 위기에 처할 수 있기에 딱히 액션을 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에 하나 요르단이 강경 노선으로 가고 미국이 이를 못막으면 큰 문제가 된다. 이스라엘과 가장 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요르단과의 관계 악화로 인한 이스라엘 안보는 위기국면에 처한다. 이건 남부 시나이 반도와 접경하며 맞닿은 이집트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 펜스 부통령이 요르단 압둘라 국왕과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을 설득해내지 못하면 이스라엘은 다시 섬이 된다.

 

당장 오늘 연설 직후 이스라엘 시간 밤 9시 넘어 네타냐후 총리가 인근 국가 정상과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당연히 압둘라 국왕과 엘시시에게도 연락을 했겠지. 만일 국경 안보가 위험 수준에 올랐다고 이스라엘이 판단하면, 이스라엘은 물불 안가리고 방어 태세 수준을 높이고 공세적으로 나갈 거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최악의 경우 5차 중동전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