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삼일교회

by 정창진 posted Jan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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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삼일교회’.

3년 전, 
전임목사의 사건 실체가 교회 내에 왜곡되어 알려지고, ‘성추행 피해자매는 신천.지다, 꽃.뱀이다, 전임목사를 다시 불러 와야 한다’ 등등 별의 별 이야기가 다 돌았을 때. 

그런데도 청빙은 왜 그렇게 안 되는지, 도대체 누가 그렇게 청빙을 방해하는지 알 길이 없어 아무도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지 모를 때 페이스북에 만들어졌던 클럽 이름입니다.

몇 몇 분들의 반대도 없지는 않았지만 약 5백명 정도의 삼일교인들이 그 클럽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접하고, 구체적으로 청빙이 누구 때문에 방해를 받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며, 기도했던 곳이었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을 겪으며 많은 분들이 느꼈던 것은, 사회적으로 훨씬 도덕적이고, 죄에 민감해야할 공동체인 교회가 거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몇 사람의 밀실 회의나 불투명한 수직적 구조가 아니라, 교역자든 일반 성도이든 교회내의 지체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의 고민을 이해하고 논의하는 투명한 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전임목사 사건이 몇몇 교회 중직자와 일부 관계자에 의해 통제되고 일반 성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련의 많은 일들은 결국 서로간의 불신을 낳고, 그 아픔은 뼈저리게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교회 내 중직자, 일부 집사님들과 얼굴을 붉히는 사이로 남아 있고, 어떤 분은 제 인사조차 받지를 않습니다.


만약 그 당시에 특정인이 사건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교인들에게 알리고, ‘우리 교회가 이렇게 힘들고 아픈 사건을 목도하고 있다. 눈물로 기도하자’ 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제 가슴 한 자리에 묵직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아픔이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투명함을 추구해야 하는 교회 공동체의 의견을 수직적 상하구조로 변경하는 게시판 개선 공지는 정말 뜨악할 만한 사건입니다.

물론, 단순히 가상 세계의 게시판 하나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성도들의 소통의 장을 아무런 구체적 논의도 없이 삭제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또 성도들의 건의는 오직 담당교역자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수직적 사고는 성도를 향한 일방적 테러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송태근 목사님은 설교 때마다 누누이 목사와 교역자는 기능일 뿐 신분이 아니고,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하나님 앞에 동등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일련의 교회 분위기는 여전히 '교역자 vs 평신도' 의 피라미드 구조로 나뉘어 있는 것이 확실하고 이번 게시판 개선 공지 역시 그 구도가 드러나는 많은 표현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어제는 교회를 떠나겠다고 마음먹었었습니다. 
1999년에 삼일교회에 와서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수많은 애환과 기쁨이 묻어 있고, 20,30 대를 섬겨온 교회지만, 교회의 규정에 반하는 생각을 하는 내가 이제는 더 이상 있어봐야 교역자와 다른 성도들에게 부담만 주는 상황이 되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기도원 골방에서 기도하며 이 생각은 접고 묵묵히 다시 교회를 섬기자고 다짐은 했지만, 이번일이 제게는 향후 교회의 흐름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분수령’으로 생각되어 아직도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이제 이런 글도 1월 28일부터는 남길 수도 없겠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혹시라도 제 글이 불편하신 분이 계시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