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기독교세계관 아카데미 수료를 마치며

by 정재훈 posted Nov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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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수료예배와 다과 순서를 마지막으로. 제4기 삼일기독교세계관아카데미가 끝났습니다. 수강생 두 분의 위트있고 감동적인 소감문 발표가 있었고. SNS를 주제로 한 16조의 센스있는 조별 공동프로젝트 발표도 있었습니다. 담임목사님의 관계(커넥션), 소명(콜링), 유희(셀레브레이션), 통제(컨트롤) 4C를 골자로 한 묵직한 울림의 말씀도 너무 좋았습니다. 기세관 수업,. 좋은 것을 공유하자는 마음으로 오래간만에 삼일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 매년 상반기 하반기 2번의 과정이 있고요. 내년에는 기세관 심화과정도 계획 중이라 하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도 좋을듯 합니다.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되나. 라는 절박함이 4기 기독교세계관 아카데미로 등록하게 만들었습니다. 뜨거웠던 정치적 관심만큼이나 실망이 컸던 대선 멘붕 이후. 일상 속에 감사보다는 비판과 불평이 더욱 많아지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의 나라 꼴에 대한 걱정들은. 어느덧 절망으로 치달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희미한 무관심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그 무렵 기세관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등록을 결심함과 동시에 “Enter"키 누르듯. 무수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또 물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그것도 10주 연속이나. 왜 굳이 사서 고생을. 대한민국 대다수의 직장인이 그러하듯. 상사의 눈치를 보며 조바심 내며 칼퇴근해서 c관으로 직행한다해도 7시는 넉넉히(?) 넘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세관을 등록하게 만든 힘은. 바로 절박함이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절박함. 4살된 딸과 올해 7월 태어난 아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두 생명의 무게가 주는. 꼭 그만큼의 절박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9월 16일 신국원 교수님의 니고데모 안경을 시작으로. 11월 18일 통일을 키워드로 한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국장님까지. 10번의 강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마지막 나눔을 하는데 뭔가 모를 뭉클함이 전해졌습니다. 그새 정이 많이 든 7조원들도 감사했고. 특별한 보호하심이었는지 모르지만 10주 동안 피할 수 없는 회식 자리를 허락치 아니하셨음도 감사했습니다. (물론 10주 전출을 하지는 못하고. 갑작스런 장례식장 방문 때문에 아쉽게도 9강 과학기술 파트는 듣지 못했답니다.)  행여라도 나약해지거나 책임감이 약해질 것을 염려한 하나님은 친히 조장으로 세워주셔서 이끄시기도 했으니. 이또한 감사의 조건이었습니다.

 

수료까지 11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기세관을 수강하기 전의 절박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보라 새날 새것이 되었도다.는 물론 아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주시고 좌충우돌 초보아빠의 시절을 걷다 보니. 내 가정 내 새끼. 안으로만 안으로만. 내꺼에만 내꺼에만 집중하게 되는. 복에 겨운 충만함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이번 기세관은. 다시금 “고민” 이란 걸 하게 하셨습니다. 청년시절의 뜨거움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진짜 신앙의 싸움은 바로 지금부터라는 사실. 과거를 그리워하고 지나온 모습에만 점철되는 삶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이. 바로 우리 신앙의 전성기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심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보게 하심도 적지않은 위로와 감사가 되었습니다.

 

삶의 일선에서 참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내시는 강사님들의 양질의 강의와 이어지는 조별 나눔은 좋은 시너지를 발산하며 10주 내내 우리를 보호했습니다. 재미있고 달콤한 강의 후에는 저마다 흥분해서 나눔을 쏟아내는가 하면. 좀 지루하거나 밋밋한 강의 후에는 더욱 피로해진 모습을 확인하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설교든 강의든 우리 귀에 달달한 것만 좇고 인정하고 집착하는 편협함의 우를 범하지 말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중보하는 명철함도 잊지 않았습니다. 한편 기세관만 듣기만 하면 길과 진리가 바로 이것이라고. 정확히 손가락으로 가르켜 줄것이라는 믿음과 바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서로 반성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만물을 지으심이 저마다 각기 다르듯. 세계관 또한 바로 우리 각 사람의 몫임을 알아가며. 이것이 가장 하나님적인 방법임을 또한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로” 라는 슬로건 앞에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이미 철저히 “계급화”된 나 자신은 한없이 작은 존재였습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권위적이고 체면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유교문화가 교회 안에도 뿌리 깊다는 사실. 이를 올바른 성경적 가치관으로 전환하는 치열한 영적 싸움이 필요하다는 것.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서구자본주의 맘몬신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관점과 가치관의 전환을 위한 결단력이 절실했습니다. 오랜 고민이기도 한 신앙과 일상의 일치에 대한 문제 앞에서는 골로새서 3:23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말씀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기세관 10주 기간동안에도 우리 교회 안팎의 여러 소식들에 더욱 마음이 쓰이고 아픈 것 또한 사실이었지만. 여전히 게시판은 시끌시끌했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지금 2014년 대한민국을 살아내게 하시고. 삼일교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바로 이 때에 기독교세계관을 듣게 하셨는지에 대해 잠잠히 물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나 혼자 기세관 들으면서 깨달으면 되고. ccc 음악에 은혜 받고 감동하면 되는지. 이번에 둘째 유아세례 받았으니 그저 복된 가정이어라 감사하면 되는지에 대한 물음도 이어졌습니다. 오해와 불신 속에 행여 단 한사람이라도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 아픔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도 주셨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의 믿음이. 이 모든 것 위에 흔들림 없는 하나님의 도도한 구원의 역사에 대한 신뢰가 더 짙어지고 커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수료예배 때도 말씀 주신 것처럼. 아주 작은 각도의 변화일지라도. 그것이 우리네 삶의 엄청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시판을 빌어 김정일 목사님 이희석 목사님 이하 준비팀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행여 수강생들이 불편하지 않을지 노심초사 헤아려주시고 배려해주심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또한 홀로 영광 받으시기 마땅한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