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맹수처럼 달려든 장년부의 한 사람으로서 교역자님들께 글을 올립니다.

by 이수미 posted Mar 0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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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년3진 12기 이수미집사입니다...
울컥하는 마음에 글을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이 글은 감히 교역자님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누군가가 성난 맹수처럼 달려들었다는 말을 해서...
그랬던 장년부 중 한 사람으로서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그런 언행을 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리고 청빙 과정에서 우리가 금식하고 눈물로 기도하며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그것이 소통 없는 일방적인 상하 관계와 제왕적 목회 분위기를 반성하고, 
교회의 회복과 잘못된 문화를 고쳐 나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전임 목사의 성추행 문제가 터졌을 때, 교회 내부의 잘못을 ‘덕이 안 된다’는 명분으로 덮으려고 했고 
심지어 사건을 왜곡시키는 경우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교회를 분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높인 만큼 본질을 다시 찾아 가는 교회로 변화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이제 혼자 도망가서 내 마음만 편하게 지내려고 하지 말자는 다짐도 했었습니다. 
솔직히 저 자신도 삼일교회의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입니다. 
대청부 문화를 처음 만들어갔던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요.

삼일교회 60주년 기념 행사....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삼일교회 교인이 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드러난 이 사태에 대해 저는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성도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의교회 오 목사님이 홍대에 새로 생긴 어떤 교회와 무슨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지난 번 사랑의교회에서 마련한 어떤 기도회에 송 목사님이 참석해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을 때에도
성도들이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정말 모르셨단 말인지요? 
(그 과정에서 저 아래 글을 올린 한영기 집사가 송 목사님과 주고 받은 이메일로 해명이 되었고 그렇게 진정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다시 반복되었네요.
단지 물어뜯기 위해 성난 맹수처럼 달려든 것이었을까요? 
그런데 왜 저는 이 밤에 눈물 찔끔찔끔 흘려가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까? 

파란만장한 삼일교회가 60년이나 버틴 것은 정말 하나님 은혜 맞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이겠지요. 
그리고 생채기 가득한 마음으로 눈물 흘리며 호소했던 (어떤 이에게는 성난 맹수처럼 달려든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람들의 심정을
뒤늦게라도 이해해 주시고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교회... 갈 길이 아직도 멀어 보이지만,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거겠죠? 
오늘 올라온 사과의 글을 보면서 가슴 아팠고 그래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때문에 때로는 무례하게 굴었던 점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제가 기대했던 바는 
교회가 양적 성장에 치중하고 보이는 행사에 치중했던 하는 문화를 
다시 내실을 다지고 상처받은 교인들의 내면을 위로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 행사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기도해야 하니 중보기도학교도 생기고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할 게 많으니 캠퍼스 전도에 나가고 관련 세미나도 열려야 하겠지요. 
교회가 변해간다고, 좋아질 거라고 기다리라고 하는 말씀을 여러 목사님들께 듣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만들어진 사역에 필요한 부속품처럼 뽑혀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성격이 이 모양이어서 여전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예전처럼 숫자를 보고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진 별로 몇 명’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성도들과 의논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고 있나요? 감히 평신도로서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을 요구하는 건가요?

솔직히 저는 평일 주일 할 것 없이 교회에 찾아 가서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하는 그런 행사들보다
진장님이 보내준 문자 한 통, 일부러 먼 곳까지 찾아오시는 심방 한 번에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인원수를 채우는 여러 사람 중 하나가 아니라 그냥 이 불쌍한 영혼이 소중히 여김을 받는 것 같아 감동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절로 교회를 위해 기도하게 되고, 
나처럼 젊어서 방황하지 말라고 청년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꾸역꾸역 재미도 없는 글을 씁니다... 
그렇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 예스삼일에 제가 쓴 글이 있습니다.
교인들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마시고
교인들이 주체가 되어서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도록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역 중심보다 성도들의 삶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고민해 달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주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