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비명을 지를 때 귀를 막지 말아주세요.

by 강길모 posted May 21,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3진에서 마지막으로 드리는 리더보고서(2014.09.15 22:27)
http://www.samilchurch.com/index.php?mid=samiltalk&page=6&document_srl=1290353

현 13진 상황에 대하여(2014.09.18 00:38)
http://www.samilchurch.com/index.php?mid=samiltalk&page=5&document_srl=1294479

사랑하는 삼일교회 성도님들께(2014.10.09 15:09)
http://www.samilchurch.com/index.php?mid=samiltalk&page=5&document_srl=1310129

13진 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 및 교역자 사임에 관한 질의(2014.11.07 12:43)
http://www.samilchurch.com/index.php?mid=samiltalk&page=4&document_srl=1341259

<수습위원회 발표> 13진 상황을 수습하며(2014.12.21 21:23)
http://www.samilchurch.com/index.php?mid=samiltalk&search_keyword=13%EC%A7%84&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1352640


안녕하세요? 저는 청장년 3진, 중등부 교사를 섬기고 있는 강길모 집사입니다. 과거 (구)13진 사건 당시, 피해 리더들과 함께 호소문을 썼던 사람 중 한명입니다.

13진 사건이 발생하고 목사님 장로님들로 구성된 수습위원회가 생겼습니다. 해당 진장님은 사임하셨으며, 약 3달간의 조사 및 3자대면 끝에 수습위원회의 발표가 본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그 글을 보고 아마 대다수의 성도님들께서 모든 것이 잘 끝난 것으로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의 상황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글이었습니다. 가해자, 피해자의 구분 없이 마치 둘이 싸우다 서로 화해한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덕분에 게시판에 글((구)13진에서 있었던 일들)을 올렸던 당사자인 K리더는 매우 힘들어했고, 저는 K리더에게 동역자 이전에 형으로서,  

“이제 그만 하자. 우리는 할 만큼 했다. OO목사도 사임했고, OO간사도 더 이상 간사를 하지 않는다. 너도 이제 네 사생활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 여기서 교회의 뜻에 따르지 않는 것도 하나님의 뜻은 아닌 것 같다”

라고 말하며 K리더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들도 이번 일을 통해 어느 정도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결국 K리더도 저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사건 발생 후로 K리더에겐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시 함께 호소문을 썼던 대다수의 동역자들 및 증인들은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고통 속에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K리더의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본문을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함께했습니다. 우리 교회의 성도님들께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K리더를 설득하여 본문을 이곳에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를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고 고통을 감수한 한 영혼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교회의 전 담임목사 일로 교회가 시끄러운데 죄송합니다. ‘다 지나간 일을 왜 자꾸 꺼내려 하느냐?’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자고 있을 때 누군가 비명을 지르면 시끄럽다고 귀를 막는 것이 아니라, 비명을 지르는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예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한번쯤 읽어봐 주시고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SNS에 올라온 K리더의 글>

11295863_840052559398690_915166149787274487_n.jpg


어제 삼일교회에서 5부 예배를 드리는데 작년 13진 사건의 가해자인 모 전 간사님이 옆줄에서 다른 팀과 섞여서 태연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교회 떠났다더니...).

주변의 말을 들어보니, 가끔 교회에 오면 당사자들이 없는 곳에서 13진 사건이 마치 잘 해결된 것처럼 행동하시기에 반갑게 맞아주었었다고 한다.

오랜만에..자신은 중립이라며 절대 개입 안겠다던 말과는 달리 13진 일의 결정적인 개입을 해왔다는 자료를 받아보고 나서, 단숨에 페북에서 차단해 버렸던 그의 친구 대표간사 담벼락에 들어가 보았다. 허허.. 두 간사님이 우정을 과시하며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 듯한 뉘앙스의 글들이 보인다.

교회 어른들이나 주변 분들은 실체를 모르시는지, 아니면 그 간사께서 전부 해결되었다고 오해하셨는지, 상당히 많은 '좋아요'수와 몇몇 격려의 글들이 남겨져 있었다.

사건 당시에도 그 두 간사님들이 워낙 교회 일에 열심이어서 명망이 높았(?)고, 그 뛰어난 언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었는데.. (사실 이부분이야말로 전병욱사건의 '침묵의 카르텔'과 같은 은폐성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주었었고, 당시 다같이 보고서를 쓰고 게시판까지 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었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질 즈음 성도님들의 관심은 상당히 멀어져 있었다.;;)

어느새 나는 그들에 의해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폭동꾼'처럼 낙인 찍혀져 있었지만, 나는 그 대표간사야말로 순진한 목사님과 간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진짜 선동꾼이라고 확신한다. 목사님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심성이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두 간사의 잘못까지 떠안고 가려는 듯한 인상마저 받았었다.)

어쨌든 그 후 나는, 교회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나름 그쪽 동네(?)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장르의 인신공격을 들어도 침묵해야 했었고, 그분들이 내 주변 분들에게 마치 잘 해결된 것처럼 행동하며 철야나 국내선교를 다녀왔더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저 입을 다물어야했었다.

게시판 이후의 사태를 전부 밝히면 해당 간사들의 교회생활은 영영 힘들어질 것 같았다. 진실을 앞당기려고 잘못을 일일이 들추어내며 조리돌림하게 되면.. '교회다움'과는 멀어질 것이라는 한 선배님의 충고가 '다 밝히고 응징하고 털어내고 싶던 내 욕심'을 붙잡았었다.

돌이켜 보면.....전병욱사건 때와 유사한 구조로 억울하게 피해당하고도 떠나야했던 피해자들을 위하자는 '영혼사랑의 처음 마음'을 지키려고 하니, 종국에는 발악하는 가해자를 끌어안아야 하는 이상한 순간이 찾아온 것도 내게는 분명한 '은혜'였다.

일의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고, 오히려 '리더의 잘못을 밝혀 달라'는 동료 간사님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올 때에도 솔직히 게시판 이후의 충격적인 일들을 자료와 함께 직접 밝히고 싶었지만..지켜보는 성도님들의 '피로감'도 생각해야 했었다.

당장은 좀 억울하더라도..우리가 적어도 귀찮고 피곤해 질까봐 침묵하지는 않았었다는 전례를 남겼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교인들에게 그깟 오해, 욕 좀 들어먹고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대표간사의 페북글들을 보고,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교회를 활보하는 해당 전 간사와 직접 마주치고 나니......

“시간은 진상을 드러낼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위로해주시던 담임목사님 말씀을 버팀목으로 삼던 그간의 평화가 단번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마주친 순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시냐며 따졌어야 하는데, 그래도 나보다 연장자니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살짝 고개를 숙였던 것이 스스로 병신 같았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남은 하루를 후회 반, '에이 잘했지 뭐' 반으로 보내게 되었다..;;)

일이 커지기전 자신이 잘못했다며 개인적으로 사과하시던 그분이,
네이버 연관검색어에 올라올 정도로 일이 커지니까 증인들의 증언은 전부 거짓이라며 피해자매를 고소하겠다고 경찰서 가자고 소리 지르던 그분이,
거짓말이 점점 밝혀지니 원래 병이 있다며 교회 수습위원회 어른들 앞에서 쓰러져 응급실까지 실려 가시던 그분이,
결국 11시간의 긴긴 3자대면 끝에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서야 쫓겨나듯 교회를 떠나던 그분이,

피.해.자.가 울며 떠난 자리에 당사자에게 아무런 뉘우침 없이 돌아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사랑의 이름'으로 얼룩지고, '긍정의 힘'으로 오물을 뒤집어쓰고도 못 본 척 딴청하는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침묵'을 보는 것만 같아서 참 슬펐다.

사실 난 지금도 그분이 그리 밉지는 않다. (솔직히 진장이었던 순진한 목사님과 간사 옆에서 일이 이지경이 되도록 부추기고 방조한 그 대표간사는 좀 밉다.)

어쨌든 난 그 전 간사님이 교회에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 게시판에 일이 커질 때도, 3자대면 때도.. 아니 어제 예배 후 교회 앞 슈퍼에서 마주치던 그 순간까지도..말끔히 정리하고 회복되어 돌아오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고 바랬었다.

그분에게 회개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돌이키면 언제든 포용하고 감싸주는 창조주의 마음을 닮아야 한다고는 생각했었다. 그러려면 최소한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혀준 잘못들에 대해선 당사자들 간의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들은 지금 전부 교회를 떠났거나, 예전과 같은 공동체생활을 못할 정도로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당시 호소문, 보고서에 참여했던 10명 남짓하는 분들 모두가 현재 예전과는 전혀 다른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떠한 사과도 연락도 없이..
교회일로 '사역'을 내세워, 순진한 교회분들에게 자신들의 건재함을 드러내는 것이 신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다.

다른 교회에서 일진 청소년 사역을 하는 것이 신문에 났든,
대표간사로서 팀지를 직접 만드는 대단한 열정을 보여주어서 팀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피해자들은 아직도 '게시판 이후의 그 일'만 생각하면 힘들어하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밀양'에서,
신애(전도연 분)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해주고픈 마음도 #신앙의힘 이었고,
오히려 '난 이미 죄 용서를 받았다'고 태연하게 말하던 범인의 모습도 #신앙의힘 이었지. 그래서 신애가 그토록 오열했었지..

나는 어제, 피해자들이 울며 떠난 삼일교회의 빈자리에 돌아와 멀쩡히 다른 분들과 교제를 나누고, 사역을 하는 두 분의 간사님을 보고.. 영화 '밀양'에서 신애가 느꼈을지 모르는 바로 그 감정을 느꼈다.

사실, 나와 다른 피해자들이 사과 좀 받는다고 해서 우리 삶이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 심하게 말하면 그닥 얻는 것도, 아무런 이득도 없다.

그러나 교회는 발전한다. 해당 간사님 본인과, 지켜보며 기도해온 많은 분들, 그리고 젊은 교회라 일컬어지는 삼일교회에, 그간 발목을 잡와왔던 '영적불감증'의 개선과, 죽어야 사는 '회개의 승리' 라는 좋은 선례가 남는다.

이는 '이미 보일러 꺼진 방'이라고 평해지는 한국교회 속 한 젊은 공동체에 따뜻한 희망의 불씨 하나를 더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3자대면 이후로,
아니 일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그분들에게 사과를 '부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