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진에서 마지막으로 드리는 리더보고서

by 김용환 posted Sep 15,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청년부 13진 00팀에서 지난 1년간 리더사역을 맡아왔던 26기 김용환 이라고 합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난 1년간 마주치고 부대끼며 참 많이도 좋아했던 여러 팀원님들과 조원님들,

그리고 삼일교회 공동체를 위해, 제가 13진에서 리더사역을 하며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말,

팀이 해체되기까지 겪어왔던 힘들고 괴롭고 다소 충격스럽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눌까 합니다.

 

 

1. 저희 간사님과의 이야기

 

 

저는 2012년 3월에 오랫동안 삼일교회를 다녔던 친척누나의 소개로 저희 간사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도 유창하게 잘 하시고 교회의 모든 사역에도 열심이시며 매사에 적극적인 분이었습니다. 여러번 같은 팀을 하며 늘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간사님을 참 많이 좋아하고 따랐고,

팀 초반에 간사님의 권유로 리더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어렸을적부터 교회에서의 일을 하면서 종종 느끼는 일종의 ‘허망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였기에,

사역을 시작하기전에 나름의 이유와 원칙이 필요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소중한 동역자의 도움으로 ‘나의 리더 사역은 영혼을 위하는 일이어야 한다’라는 원칙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가진 이 원칙이 그렇게도 좋아하고 믿고 따르던 저희 간사님의 사역방침과 정면으로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팀원과 리더들에게 행해지는 폭언, 거짓말, 험담.. 그리고 이곳에 쓸 수는 없지만 더 심각한 문제들까지..

하나 둘 상처 받고 팀을 떠나는 팀원들을 보면서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생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만들지 않고도 의견을 잘 전달 하면서 문제를 해결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이 일을 잘 모르는 팀원들이 보아도 도망치지 않고 건강하게 헤쳐 나갔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렸을적부터, 교회 내에서의 싸움은 패자만 남고, 모두에게 덕이 되지 않음을 많이 겪어왔었으니까요.

 

간사님께 사랑을 담아 이메일도 보내보고, 장문의 카톡 메시지도 보내보고, 개인적인 면담부터 다른 리더님들과의 공식적인 자리,

심지어는 조원들의 의견을 담은 설문지 까지..

 

지난 1년동안 그 당시 리더님들과 저는 간사님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선에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간사님은 그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고 계셨고,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때 마다 팀원들에게 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그 변화는 늘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리더들의 사이를 갈라놓는 거짓말이 지속되었고(1년이 넘도록 모르다가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팀 초반 6명이었던 리더들은 결국 교회를 옮기거나 팀 모임을 참석하지 않게 되었고,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선 팀 초기의 리더는 저를 포함하여 2명만 남게 되더니, 곧 새로운 리더님들이 세워졌습니다.

 

그렇게 1년여 시간이 지나 팀모임 참석인원이 리더6명을 포함해서 10명 안팎으로 남을 때 즈음,

어떤 일을 계기로 예전 리더들과 연락이 되어 간사님에 대하여 각자가 겪었던 1년간의 이야기가 모이게 되었고,

퍼즐 맞춰지듯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간사로선 정말이지 부적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성적인 발언과, 성희롱적인 발언, 돈 문제,

그리고 그러한 일들에 대한 공개적이지 않은 사과, 그리고 그로인해 반복되는 상처들 ..

 

그때서야 리더님들이 모여 비록 늦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이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것을 정리한 것이 바로 3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입니다. (리더들이 1년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던 중, 간사님의 전팀, 전전팀, 그리고 몇 년 전의 팀원들 중에도 같은 형태의 피해를 입었던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간사라는 직분이 갖는 커다란 영향력과 전임목사님을 닮은 리더십이

삼일교회의 수직적, 관료적 진 제도가 주는 폐쇄성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이러한 사건들을 축소,

또는 은폐 시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저희는 이 일이 간사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전임 목사님의 권위주의적 사역방식에 대한 부작용과,

게토화가 진행되어 상식이 힘을 잃어가는 교회구조의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사건에 대하여 증거나 증인을 대동하기 전까진 사건자체를 인정하시지 않으시는 일이 많아,

부득이하게 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고, 의논 끝에 이 문제를 들고 진장님을 찾아 뵙고 문제 해결을 요청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1년3개월간의 이야기를 담은 리더들의 호소문과

(지금은 다른 진, 다른 팀 소속인) 예전 팀원님들의 호소문,

그간 이 문제를 두고 리더님들과 조원들이 고민하며 소통부재와 권위주의 타파에 실질적 대안을 제시했던

‘토론식 조모임’ 매뉴얼과 ‘온라인 설문조사 양식’,

그리고 보고서속 내용의 증거들 중 일부를 담아 진장님을 찾아갔습니다.

 

2. 저희 진장님과의 이야기

 

여기 부터는 사실, 제가 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된 직접적인 이유들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그간 교회의 처리과정에 대하여 참 많이도 억울하고, 허탈 했으며 사랑했던 교회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이 들지만

가능하면 차분하게 글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진장님을 만나뵙고자 연락드리는 과정에서 “나는 간사문제로 찾아오는 리더들은 같이 만나서 대립각을 생기게 하고 싶지 않다.

대신 리더들이 따로 따로 찾아오면 만나주겠다” 고 하셨기에 저희들은 이틀씩 간격을 두고 진장님을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1일, 이 문제를 들고 8층 정자에서 진장님과 만나,

이런 일들이 비공개적으로 몇 년을 반복해 오는 데에 팀개편이 큰 역할을 해왔기에

진상이 어느 정도 밝혀지고 해결 될 때까지만 이라도 팀개편을 미뤄 주실 것과

이 일에 대한 정확한 진상 파악과 함께 피해를 입은 팀원님들을 위로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리더들의 악의적으로 간사님을 끌어내리려고 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저희는 저희 간사님을 교체해 달라거나,

징계를 내려달라거나 하는 요구를 단 한번 도 한적이 없습니다.)

 

여러 호소문들과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보여드렸을 때, 처음에는 진장님께서도

1. 이 일이 일어나서 안타깝다. 2. 우리가 한두 번 만날 일이 아니다. 3. 필요하다면 다른 리더들도 만나자 라는 말씀을 하셨으나,

 

저흰 바로 다음 주에 이례적으로 평일 간사모임을 갖고 팀 개편을 서둘러서 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간사사역을 그만두게 할 생각이다.” 라고 하셨고

 

마태복음 18장을 말씀하시며 이 일이 다른 팀원들에게 알려지면 진 전체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되고

교회에 덕이 안된다는 말씀을 하시며 팀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직분이 주는 기능을 계급으로 착각하고

직분이 주는 권위를 권력으로 착각하여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팀원들 때문에 이미 상처받은 팀원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고 말씀드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교회 내부의 문제를 공론화 하는 것은 교회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전도의 문이 막히니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곪은 상처는 아무도 모르게 덮어둘 것이 아니라, 째고 짜내고 약을 발라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정하고 상식적인 치료 과정을 세상은 반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있어선 안되는 일들을 아무리 감추고 감추려 해도

어차피 한국교회의 부패와 죄악은 세상 사람들이 다 보는 공중파 언론에 나오지 않습니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우리 크리스쳔은 우리 스스로에게 더욱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피해자들의 위로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으시고 예정되어 있던 팀개편의 강행을 통해 이 일의 조용한 해결만을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어,

호소문을 작성했던 분들과 의논을 하여 목양실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담임목사님을 만나게 된 후에 저희는

보고자로서는 크나큰 자기성찰의 기회를 얻었고, 피해자로서는 따뜻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3. 그 후의 이야기

 

담임 목사님께서는 저희와의 면담 직후 폭풍 같은 스케쥴의 여름 선교 현장으로 떠나셨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일들은 담임목사님께서 모르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지난번 담임목사님을 만나 뵙고 나서 얼마 후, 저희는 간사님을 통해 진장님으로부터 리더사역을 내려놓으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주 평일에 진장님께 전화를 드려 영문을 물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최근 몇 개월 근무로 리더모임을 자주 빠졌기 때문이라고 하시기에

그럼 정00 리더는 왜 ‘짤려야’ 하냐고 말씀드렸더니, 진장인 자신을 통해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담임목사님을 찾아가서 일을 키웠고,

그 일로 간사와 리더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하셨습니다.

둘째, 거짓도 많은 보고서를 팀원들과 리더들에게 유포했다고 주장하시며 도리어, 저희가 인격적 살인을 한 가해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난 1년간 사건들을 직접 보고 겪은 저희(김00, 정00, 박00) 와는 달리,

얼마 전 새로 리더로 세워져 많은 일들을 모르는 리더들 4분과 평소 이일에 관심을 보이며 보고서의 존재를 알고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보길 원했던 팀원등의 알 권리도 있다고 판단하여,

의논 후 그들에게 보고서를 보내주었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보고서의 내용은 저희가 그간 직접 목격했고,

증인과 증거가 있기에 20~30%만 사실이고 나머진 가짜다 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또한 공적게시판이 아닌 개인적으로 보내주고 열람 후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에 유포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삭제했다는 답변들이 왔구요)

루머에 해당하는 것들은 애초에 삭제하고 만든 보고서입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시간이 더 지나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3자대면을 하시고 사실 확인을 해주셨으면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진장님은 저희가 제출한 호소문들을 비롯하여 여러 피해자들의 실명이 담긴 파일을,

가해자인 저희 간사님과 평소 친분이 두터운 대표간사님에게 통째로 넘겨주었고,

저희 간사님은 그것을 인쇄하여 보고서속 인물들과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셋째, 결국 그 주 주일에 저희 팀은 공식적인 팀 개편을 3주 앞두고 해체 되었습니다.

 

팀원들 모두는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13진의 나머지 팀으로 각각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팀원들에게 항의 및 문의가 들어왔지만 시간을 갖고 매듭을 풀도록 기다려 달라는 담임목사님과의 약속도 있고

저희는 진 내에서 별 영향력도 없었기에 억울해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더 사역을 내려놓으라는 통보를 받은 날은 다른 리더님과 같이 참 많이도 억울했습니다.

물론 리더사역을 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교회내에 부당한 권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하식당에서 저희는 간사님께 부당하다며 항의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지체가 지나가다가 저희 옆에 있던 리더님이 저희 간사님과 친분이 두터운 대표간사님에게

당시 상황을 카톡으로 전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내용 중 일부를 추후 저희에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현재 그 리더님과는 지금 완전히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저희 모두는 편 가르기와 당지음의 희생양이 되어 서로를 등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동안 새로 리워진 리더님들과도 개인적으론 참 좋은 관계였고,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분들이어서 많은 교제를 나누었었는데

보고서의 유출과 제 3자의 개입으로 인해 서로간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순식간 이었습니다.

순서를 지키고 반칙을 쓰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교회가 모든 문제를 정상적으로 처리해줄 것이라는 처음의 기대는 산산히 부서져 버렸습니다.

 

 

넷째, 저희 진장님으로부터는, 그동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단 한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에 진장님을 찾아가 사실을 알렸을 때, 두가지 약속을 받았었습니다.

1. 앞으로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해 보자

2. 보고서는 유출하면 리더와 간사의 싸움이 되기 때문에 절대 유출하지 않겠다

이 약속이 있었던 것이 지난 7월 1일입니다.

그러나 그 후로 단 한통의 전화도 없으셨고, 보고서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관련이 없는 다른 간사님들까지 그 보고서를 본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고,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저희 간사님 으로부터 지금은 전 교역자들이 이 사건을 알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다섯째, 간사님과 진장님으로부터, 압박을 받았습니다.

 

간사님으로부터는 변호사를 만나고 왔는데 저희가 보고서를 유포한 것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까 하다가

리더들이 다 자식 같아서 망설였다 라는 말과, 보고서에 단 하나라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너희들이 반드시 책임을 질 각오를 하라,

너희들이 한 짓이 얼마나 악한 짓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진장님께는 자꾸 사건을 덮으시려만 하시면 사람들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나도 목사로서 할 수있는 것을 다 해볼까? 나도 한번 비신사적으로 나가 볼까?"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섯째, 저희는 지금 알지도 못하는 진원들로부터 교회를 어지럽혔다는 악 소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간사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리더들이 악의적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마녀사냥을 했다”

“000가 주동을 해서 한 간사를 몰아세우고 인격적으로 죽이려했다. 교회에서 분란을 일으켰다.“

“그 팀은 원래 리더끼리 단합이 잘 된다더라”

“삼일교회의 간사 체제에 원래 불만이 있는 리더였다.”

“진장님이 최근 신-천지 명단을 찾았다더라”

‘36페이지나 만들다니 진짜 독하다’ ‘가식적이다’ ‘살인자다’

‘시간은 진상을 드러낸다’고 말씀하셨던 담임목사님의 그 한마디와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믿음으로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에 대한 교회의 처리과정을 겪으면서 교회로부터 얻은 상처가 너무 커서 저는 하루하루 사는 것이 참 힘이 들었습니다.

 

권징과 치리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피해자들을 대면 했을때 이 반복되는 일을 교회에 알리자고 마음먹었던 처음의 동기는 ‘예수님처럼 약자의 편에 서자’ 는 것이었습니다.

교회 내에 영향력 있는 간사, 진장님보다는 무시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팀원, 조원의 편에 서서, 같은 반칙 쓰지 않고 교회에 알림으로서

경악스런 패턴으로 몇 년에 걸쳐 지속되어온 이 적폐와 구습의 고리를 끊고자 함이었습니다.

 

 

저희 간사님은 어찌 보면 삼일교회에서 모든 신앙생활과 교회문화를 배우고 전임 목사님의 관료적 리더십을 동경해온 불쌍한 영혼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저희 또한 한사람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 뿌리를 찾고, 또 찾아 내린 잠정적 결론이,

전임 목사님의 번영신학과 잘못된 권위주의 리더십의 부작용,

그리고 그 시절의 사역방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성도들에 대한 전방위적 폭력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일반 팀원이면 이런 일들을 접하고 다른 팀으로 가버리면 그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원들의 영혼을 책임져야 하는 리더는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닙니까?

나 하나 편하자고 좋은게 좋은거다 식의 마음으로 그대로 팀을 떠나 모른 척 하면

다음 팀에 또 다른 팀원이, 또 다른 리더가 계속해서 피해를 볼 것이 아닌지요?

 

교회에 강자가 있다는 사실 조차도 있어선 안된다고 배웠는데 우리교회에 그 강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또 그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팀원들이 있는것을 보았다면, 그 들이 바로 내가 섬겨야 할 초라한 나사렛 예수님이 아닐까요?

 

용기를 내기까지도 참 힘이 들었는데 되려 저와 다른 리더님들을 가해자로 매도하고

교회에서 매장시키려 하는 것은 전병욱 목사님의 성추행으로 피해를 본 자매들에게 “꽃뱀이다, 이단이다” 라고 몰아세워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진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70여일이 지나도록 교회차원에서 가장 기본적인 대응 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덮어졌던 것인지..

교회에서 진상을 파악해주시고 피해자들을 위로해 달라고 했을 뿐인데,

왜 요구한 적도 없는 간사직분은 내려놓게 하셔서 사건자체를 미궁 속으로 빠뜨렸는지..

왜 간사로서 책임을 지우게 하지 않고, 일반인 성도로서 진원들을 기만하며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채

감사패를 받으며 진을 떠나도록 내버려 두셨는지..

 

보고서 유출직후에는 보고서 속 몇몇 자매들에게도 자기 이름은 전부 빼달라는 연락이 온데다가,

지난 70여일 동안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저는 너무나도 지쳐버려서 3자대면이든 뭐든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할 힘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미 당사자들은 사라지고 팀개편이 되어버린 지금, 사실 확인조차도 의미가 없어져 버렸구요.

증인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저부터도 더 이상은 이일에 개입되는 것이 싫을 지경 입니다.

 

 

전임 목사님의 성범죄를 다룬 책, ‘숨바꼭질’을 천천히 읽어보면서 그 책은 한사람을 죽이기 위한 책이 아니라 살리고자 하는 책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마음과 교회 공동체의 회복, 공동체내 정의의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모습과 그 해결 과정,

그리고 성추행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이 일을 알리기로 결심한 저희의 마음과 너무 비슷했고,

심지어 교회의 은폐시도마저도 저희의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그때 피해자들을 압박했던 분들이 아직도 교회에 계시다는 이야기 또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4. 교회를 향하여 말씀드립니다.



담임 목사님 께서는 지난 8월 31일 설교 말씀을 통하여

“교회의 직분이 신앙의 실력이 될 수 없습니다.  교회를 거닌 시간이 신앙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말씀에 큰 은혜를 받고 말씀대로 생각하고 살려다 보니 높으신 분들의 눈밖에 나고

결국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관용과 포용의 이름으로 권징과 치리를 미루다 보니 반칙자들이 혜택 보는 비정상적인 교회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관용과 포용의 대상은 성도이지 주요 직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김 모 전 제주지검장이 공연 음란죄를 가지고 전 국민으로부터 인격적 살인에 가까운 질타와 모욕을 받았습니다.

왜 그러했을까요?

그분이 사회적 책임이 있는 공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범 중에서도 ‘상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공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삼일교회에서 간사님과 진장님은 어느 정도 공인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모든 크리스쳔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공인으로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세상도 이리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하물며 우리 교회는 그 흐름이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 일지요?

 

교회에서 공인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무분별한 관용과 포용을 베푸시는 대신에

팀 구석구석을 돌아보아 우을증에 걸린 형제를 사랑해 주시고 취업이 안되어 힘들어 하는 자매를 사랑해 주시고

장애가 있는 지체를 돌보아 주시면 어떨까요?

 

지난 일년간의 리더 사역동안, 실제로 그렇게 교회안에서 사랑받지 못하며 방치되고 유기되는 영혼들을 보며

마음의 무너져 내림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과연 누가, 우리가 섬겨야 할 나사렛 입니까?

과연 누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 주신 ‘네 이웃’ 입니까?

 

 

저는 보고자임과 동시에 피해자 이기도 했습니다. 저 한사람 오해 받는 것은 애초에 각오했던 것이므로 괜찮으나,

같이 보고를 드렸던 정00 박00 전 리더님들과 소중한 제 주변 사람들이 함께 낙인 찍혀 사람들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제가 이 게시판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처음 다른 리더님들과 이일을 교회에 알려야 한다는 마음과 지금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쓰는 마음은 같습니다.

이런 일들을 교회에 알리는 일은 사실 너무너무 힘이 드는 일입니다.

잠도 못자고 주일마다 너무 많은 심력을 쏟아 내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나 하나 은혜 받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공동체에 성경이 말하는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교회는 교회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마치 믿음 좋은 사람처럼 대접받고,

사역을 오래한 사람이 곧 교회의 주인 행세를 하는 듯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간사님들이 가끔 대놓고 새신자의 직업과 학벌을 소개하시면 소위 상위권 대학을 나온 사람은 우쭐한 기분을 경험하고

변변치 못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괜한 눈치를 보게되는 현실..

이러한 반 영혼적인 문화에 대해서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내면 곧 이단아 취급을 받는 문화를 경험하면서

교회가 무언가 이상해도 많이 이상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믿음 좋은 사람이란, 어느 큰 교회에 출석하고 있고 거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가 결정 하는것이 아니라,

성도 한 개인이 얼마나 성경의 가치를 바로 알고 성경에 쓰여 진 그대로 삶을 살아 내느냐에 있다고 생각 합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몇 주전 저녁예배 시간에,

“한 사람의 신앙이 깊어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앙적 업적이 아니라, 한 영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입니다”

라고 말씀 하셨을때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굳이 이리 구구절절 글을 쓰는 이유는,

이번일의 처리를 책임지고 계시는 진장님과 교회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 때문이 아닙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교회와 진장님,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많은 정이 들었던

우리 간사님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더 가시면 안됩니다.

 

당장은 이일로 힘들어 지실 수 있으시겠으나 같이 마음 아파하며 이겨내시도록 기도하고 응원 하겠습니다.

 

숨바꼭질 책이 전임 목사님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살리기 위한 책인 것 처럼,

이 일이 공론화가 되어야,

교회의 뿌리 깊은 구습과 적폐가 청산되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삼일교회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공의와 정의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기보다 부디 교회 차원의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드립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