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가장학교] 선명한 믿음의 자국 : 첫주 후기

by 정재훈 posted Oct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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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가장학교. 추석연휴가 바로 지난 2주간의 금요일 저녁시간과 토요일 오후시간을 할애(?)해야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가정학교인지 가장학교인지도 헷갈렸고, 칼퇴근의 부담감과 주말 시간에 대한 강박감에 조금 주저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삼일인으로서 가장학교 정도 넉넉히 수료할 만큼의 자상한 아빠가 될 준비, 아니 자상한 남편의 모습으로 비춰질(?) 준비는 항시 되어있으므로 큰 고민 없이 등록 첫날 완등록했다.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란다. 청년 때에 신혼팀의 일상에 무관심했고, 육아 전에 아기띠의 아기들이나 유모차의 아이들이 무의미했던 것처럼 삼일교회를 다니면서 가장학교가 5th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것은 문화유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또한번 깨닫는다.

 

연일 계속되는 준비팀 간사님의 친절하고 세심한 문자의 힘을 빌려 금요일 아침부터 내심 칼퇴근을 외친다. 직장상사와의 치열한 눈치작전을 한판 예상했다. 그러나 나의 약함을 아시는 하나님은 5일 팀장님의 연차를 사용케 하시고 사수의 6시반 칼퇴를 명하신다. 할렐루야.

 

드디어 첫강의. 육아 후 거의 모든 예배를 4층에서 소화해야하다 보니 모니터 화면으로만 접했던 담임 목사님을 대면한다는 사실도 기대의 작은 이유가 된 첫날이었다. 기라성 같은 믿음의 선배 장년진 가장들께 약간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청년팀부터 알고 지냈던 프랑체스카 동생이랑 두번째 줄에 앉아 첫강의를 맞이했다. 잠언 22장 6절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마땅히 행할 길”은 부모의 욕심이나 그릇된 가치관으로 인한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하신 뜻대로 이미 주어진 은사대로 쓰임 받는 것임을 가르쳐 주신다. 강의 서두에는 목사님의 진솔한 성장과정과 소명을 받게 된 사건 등 웃으며 또 가슴 뭉클했던 웃픈 시간의 연속이었다. 예전 재수학원 다닐 때 노량진에서 뵌적이 있는 목사님의 학자적 풍모 속에 그러한 드라마틱한 성장 과정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네 살 딸아이의 예화(내 아이의 첫 거짓말로 큰 충격을 받았고 심하게 다그칠 수밖에 없었으나, 자녀의 성장과정상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는 내적 동기로 인함이라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공부하는 부모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 말 잘듣고 순종적인 자녀를 주심은 부모의 그릇이 그정도이기 때문이고, 고집불통에 제어 불가의 자녀를 주심은 부모의 실력이 그만큼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부부는 사랑하고 견디는 사이이며, 가족은 서로 덮어주는 존재라는 것. 함은 노아를 비웃었지만 셈과 야벳은 노아의 부끄러운 것을 덮어주었던 것처럼 가정은 가족은 바로 그런 공동체라고 말씀해주셨다.

 

삼일교회 부임한지 3개월이라는 시간 속에서 밖에서 바라본 삼일교회와 안에서 느낀 삼일교회는 실제 훨씬 장점이 컸다는 말씀과, 요람에서 무덤까지 주일학교부터 장년 또 그 이후까지의 삼일교회를 향한 비젼을 이야기하실 때는 가슴 가득 뜨거움이 꿈틀거렸다. 전부터 들은 말씀이지만 사람은 믿는 존재가 아닌 사랑해야할 대상이라며 교회에는 오직 하나님만 높임을 받아야 한다는 외침, 그리고 10월 10일 위임예배를 앞둔 목사님의 말씀 못할 고충과 비장함도 느껴져 미담 이후 담임목사님을 위해 기도하지 않음에 대해 마음 한켠이 많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청년의 꽃시절이 지나갔으므로 이제는 뒷짐지고 가정이나 잘 돌아봐야지 했던 소극적인 생각은 진정한 신앙생활과 사역의 클라이막스는 지금부터 시작이구나 하는 다짐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토요일 오후 2강은 미디어. 내 아이의 게임 절재력이라는 타이틀로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김희경 사무국장님이 해주셨다. 가장 인상적인 키워드는 ‘가치’의 공유와 전수였다. 중간에 본 믿음의 승부 영상도 큰 감명이 있었다. 패배의식에 젖은 30야드로 한정된 주장의 생각은 엔드존(80야드)까지 넉넉히 감당할 육체가 이미 주어졌음을. 하나님의 크신 계획을 내 좁은 믿음으로 한정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13개월된 딸아이를 둔 딸바보 초보아빠로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까지 스마트폰을 달고 살며 아이의 성장과정을 공유하며 훈남 아빠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으나,  실상은 정작 퇴근 후 아이와 약간의 시간 소통과 놀이관계에도 힘에 겨워하는 나에게 굉장히 가슴 아픈 강의이기도 했다. 여건에 따라 집에 TV나 인터넷도 단절할 필요가 있음을 말씀하셨다. 중학생 자녀의 전학 일화(일상 언어의 90%이상을 욕설로 도배하는 친구들 때문에 전학을 간절히 원했던 자녀에게 왕따를 당할지언정 친구들에게 욕하지 말라고 전하라고 하셨던, 왕 같은 제사장인 너에게 절 때 왕따는 있을 수 없다는 믿음의 싸움과 가치의 전수, 처음에는 은따를 당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2학기 중반이 지난 지금에서는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한다. 본인도 욕설이 싫었지만 또래와의 어울림을 위해 어쩔 수 욕설을 했던 친구들이 사무국장님 자녀를 중심으로 모였다는)는 이땅에서 소금처럼 빛처럼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발걸음을 배울 수 있었다. 내 아이에게도 똑같이 전하려면 내가 믿음 안에서 단단해져야겠구나, 그냥 둥글게 둥글게 또래 친구들이랑 잘 어울려, 세상살이가 다 그런거야라는 빈약한 가치의 전수가 아닌, 처음에는 좁고 외로울 지언정 빛나는 영원한 가치를 가르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 현관이든 어디든 ‘스마트폰 수거함’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3강은 성경 먹이는 엄마라는 책을 쓴 최에스더 사모의 남편 되는 남서울평촌교회 강신욱 목사님 시간.  시종일관 위트 넘치되 깊이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 성경 찾기할 때 성경책을 꺼내들자 아직도 전근대적으로 성경책을 갖고 다니다니 대단하시다며 하나님의 주신 문명의 이기를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신다. 물론 곧이 곧대로 다 말씀하신 건 아니겠으나 2강과 3강의 연속되는 강의를 통해 극단에 치우치는 않는 밸런스를 선물해주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관은 교회와 가정일진데, 교회는 문을 닫으면 흩어진 가정들이 다시 모여 교회를 이루면 된다. 하지만 가정이 문을 닫으면 답이 없다. 현대 사회는 가정을 문을 닫는 세상이라 마음이 아프다. 겉으로는 좋은 집으로 만들어진 가정조차도 실제는 이미 문을 닫은 경우도 허다 하다'신다. 그리고 아빠라는 소명. 목사님은 더 좋은 목사님을 찾을 수도 있고 선생님은 더 좋은 선생님을 찾을 수 있으나 아빠라는 자리는 더 좋은 아빠가 있을 수 없다라는 말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결혼 후 아내의 오랜 기도제목이었던 가정예배를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부담스럽기만 했던 가정예배 설교준비도 사례 영상과 출력물을 통해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안내해 주셨다.  작금의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새로운 방향과 사모님이 하시는 홈스쿨링에 대한 말씀도 해주시며 균형잡힌 이야기를 이어주셨다. 성경적인 자녀교육에 대해 부담감을 지우고 아비가 왜 바로 서 있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주셨다. 때로는 짐스럽고 책임감에 숨고 싶을 때도 있던 가장이라는 이름이 한없이 영광스럽고 감사한 이름으로 다가왔다. 

 

2010년 10월 2일 결혼하고 2011년 8월 6일 딸아이가 태어나 겨우 걸음마 단계의 좌충우돌 초보아빠에게 정확한 타이밍에 가장 좋은 꿀을 먹여 주신 첫주 삼일가장학교였다. 선한 자극을 주셨으니 이제 강력한 실천만이 남은 셈이다. 남은 강의와 축볼이 축복처럼 소중하게 기다려지는 한주가 될 것 같다. 허기진 가장들의 배를 위해 충분한 고급간식들도 준비해주시고, 곤고한 가장들의 영성과 가슴을 위해 뜨거운 강의들로 채워주신 강사님들과 준비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가장학교에 참석하는 남편을 자랑스러워하며 금요일 토요일 묵묵히 육아에 전념해준 아내가 무척 고맙다. 그리고 홀로 높임 받아 마땅하신 그분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신혼2진2팀 정재훈